을파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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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라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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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명령에 따라 처음 재상들이 천거한 이는 동부(東部)의 안류(晏留)였다. 동부는 순노부(順奴部)라고 한다. 왕이 그를 불러서 국정을 맡기려 하자, 안류가 왕에게 말했다. “미천한 저는 용렬하고 어리석어 실로 중대한 나랏일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서쪽 압록곡 좌물촌에 사는 을파소라는 사람은 유리왕의 대신이었던 을소(乙素)의 후손입니다. 그는 의지가 강하고 지혜가 깊은데, 세상에 쓰이지 못하여 농사나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왕께서 만일 나라를 다스리려면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입니다.” 안류는 [삼국사기]의 여기서 밖에 나오지 않으므로 좀 더 자세한 그의 이력을 알 수 없다. 을파소를 천거했다는 한 가지 공으로 대사자라는 직책을 받았다. 이런 기록으로 볼 때 안류를 실재 인물이라 하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을파소를 위한 중요한 조연으로 등장시킨 듯 한 인상을 받게도 된다. 드디어 왕이 사람을 보내 을파소를 초빙하였다. [삼국사기]는 이 대목에서 왕이 ‘겸손한 말과 정중한 예’로 그를 맞아들였다 쓰고 있다. 중외대부(中畏大夫)로 임명한 다음 작위를 더하여 우태(于台)로 삼았는데, 중외대부는 여기서만 보이는 관직명이고, 우태는 고구려의 고위 관직명이다. 왕이 을파소에게 말한다. “내가 외람되이 조상의 왕업을 계승하여 신하와 백성의 위에 올라서 있으나, 덕과 자질이 부족하여 정치를 잘하지 못하고 있소. 선생이 자질을 감추고도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은 채 초야에 묻힌 지 오래였으나, 지금 나를 버리지 않고 마음을 고쳐 잡고 이렇게 와주었으니, 이는 비단 나에게 다행한 일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사직과 백성의 복이라오.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니, 공은 마음을 다하여 주기 바라오. ”우리는 여기서 선비를 벼슬살이로 불러내는 가장 전형적인 태도를 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을파소가 “신은 미련하고 게을러 감히 존엄하신 명령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어진 사람을 뽑아 높은 관직을 주시고, 큰일을 이루시옵소서.” 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겸양의 표현이 아니었다. 겸양으로 흔히 선비는 세 번 사양하고 왕은 세 번 권한다고 한다. 그러나 파소의 이 말은 ‘뜻은 비록 나라 일에 가 있었으나, 맡은 바 직위가 일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삼국사기]에서는 쓰고 있다. 을파소의 말 가운데 ‘높은 관직을 주시고 큰일을 이루라’는 속뜻을 헤아려 보면 과연 그렇다. 이럴 수 있을까? 앞서 을파소를 ‘독특한 개성파’라고 했는데, 기왕 할 일이면 확실히 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데서, 우리는 다른 이에게서 보기 어려운 그만의 성격을 보게 된다. 일이 잘 되려고 왕은 그 뜻을 알아챘다. 을파소에게 최고의 관직인 국상(國相)을 제수하여 정사를 맡긴 것이다. 고국천왕 13년(191)의 일이었다. 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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